등산 후 고관절·사타구니 통증, 20km 산행하던 내가 200m도 못 걷게 된 경험과 하산 습관 5가지
등산을 오래 하다 보면 무릎 통증에는 꽤 민감해집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산행을 중단하게 된 부위는 무릎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사타구니 안쪽과 고관절 깊은 곳에서 강한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평소에는 설악산 장거리 코스를 20km 가까이 걷던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집에서 약 200m 떨어진 병원까지도 제대로 걸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갑자기 생긴 사고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반복했던 잘못된 하산 습관과 몸이 보내던 신호를 무시했던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었던 부상과 약 4년에 걸친 산행 복귀 과정을 바탕으로, 지금은 어떻게 하산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부상 전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빠른 하산’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오르막보다 하산을 훨씬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산을 올라갈 때는 천천히 걷고 쉬면서 주변 풍경도 즐겼지만, 정상에 도착한 뒤에는 빨리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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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도봉산에서 흔한 불규칙한 돌계단. 예전에는 이런 길에서도 하산 속도를 내곤 했습니다. |
특히 북한산이나 도봉산처럼 바위와 돌계단이 많은 곳에서도 보폭을 크게 잡고 내려갔고, 낮은 바위에서는 가볍게 뛰어내리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제가 신던 등산화도 비교적 무거운 중등산화였다는 점입니다.
배낭에는 물과 음식뿐 아니라 초보 일행의 짐까지 추가로 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무거운 배낭 + 무거운 등산화 + 빠른 하산 + 반복적인 착지
가 오랫동안 누적된 셈입니다.
당시에는 무릎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판단이 가장 큰 착각이었습니다.
부상 몇 달 전부터 몸이 보내고 있던 신호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기기 약 6개월 전부터 이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산행 전후 스트레칭을 할 때 허벅지 안쪽과 사타구니 깊은 부분이 개운하게 펴지지 않았습니다.
통증이라기보다는,
뭔가 안쪽에서 걸리는 느낌
한 번 ‘뚝’ 소리가 나면 풀릴 것 같은 답답함
스트레칭을 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뻐근함
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에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뭉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행 후 쉬면 다시 걸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가 더 주의 깊게 살펴봤어야 할 변화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평지조차 걷기 힘들어졌습니다
결정적인 날은 특별한 산행 중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하게 잠에서 일어났는데 사타구니 깊숙한 곳에서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다리를 벌리는 것도 어려웠고 한 걸음을 내딛는 동작조차 불편했습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비롯해 장거리 산행을 하던 제가 평지 약 200m를 걷지 못했습니다.
집 앞 병원까지 차를 타고 갔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이후 MRI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진료 과정에서 고관절 주변의 이상 소견을 확인했고, 통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도 받았습니다.
치료 직후에는 상태가 좋아지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함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자동차 운전석에 앉기 위해 다리를 벌려 넣는 동작조차 힘든 날이 있었습니다.
걷는 자세까지 틀어지면서 허리까지 불편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산을 완전히 쉬었습니다
이후 고관절 분야를 진료하는 대형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의료진에게서 당분간 산행처럼 관절에 반복적인 부담이 들어가는 운동을 중단하고, 통증이 없는 범위의 일상적인 걷기부터 천천히 시작하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산행을 멈췄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단순히 산에 못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혹시 다시는 예전처럼 산을 탈 수 없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약 2년 동안은 본격적인 산행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곧바로 장거리 산으로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복귀는 청계산의 짧은 코스부터 시작했습니다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면서 선택한 곳은 익숙한 청계산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가 코스를 잘 알고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비교적 쉽게 내려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정상 기록이나 장거리 산행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걸으면 불편함이 생기는지
오르막과 하산 중 어느 구간에서 부담이 커지는지
산행 다음 날 통증이 남는지
보폭을 줄이면 차이가 있는지
스틱을 사용했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 과정은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아니라, 치료 이후 제 몸 상태를 조심스럽게 확인하며 진행한 개인적인 산행 복귀 과정입니다.
한 해에 청계산을 수십 차례 반복해서 오르며 거리를 조금씩 늘렸습니다.
그리고 약 4년에 걸쳐 다시 북한산과 도봉산의 거친 코스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 체감으로는 부상 이전 능력의 약 80% 정도까지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체력이 아니라 하산 방법입니다.
부상 이후 완전히 바꾼 하산 습관 5가지
1. 바위나 계단에서 뛰어내리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낮은 바위나 계단 정도는 가볍게 점프해서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하지 않습니다.
특히 배낭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내려가는 순간 몸과 장비의 무게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착지 충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산할수록 보폭을 좁게 잡고, 발을 던지듯 내려놓기보다 다음 지점을 확인한 뒤 천천히 체중을 이동합니다.
빠른 하산보다 일정한 하산을 우선합니다.
2. 긴 하산에서는 스틱 두 개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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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하산에서는 스틱 두 개를 사용하고, 속도보다 안정성을 우선합니다. |
하산 시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면 저는 스틱을 두 개 준비합니다.
한쪽만 사용하는 것보다 양쪽에 지지점을 만들 수 있어 급경사나 돌길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방법도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발부터 내딛는 것이 아니라,
스틱으로 지지점 확인 → 한 발 이동 → 체중 이동
순서로 내려갑니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산행 후반부에는 속도보다 안정성을 우선합니다.
다만 스틱도 무조건 많이 의지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경우 급경사 하산에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스틱에 체중을 과하게 실었더니, 반복되는 충격이 손목과 팔을 거쳐 어깨까지 전달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틱을 ‘몸을 맡기는 지지대’라기보다 균형과 하중 분산을 보조하는 장비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스틱을 오래 선호해 왔지만, 이 부분은 사용자의 보행 자세와 신체 상태에 따라 체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3. 배낭에 불필요한 무게를 넣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일행을 챙긴다는 이유로 물과 간식을 제 배낭에 몰아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많은 짐을 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일행이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장비는 준비하되 필요 이상의 물건은 줄이고, 여러 명이 함께 가는 경우에는 체력에 맞게 짐을 분산합니다.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도 장거리 하산을 편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4. 같은 등산로 안에서도 노면을 골라 걷습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걷다 보면 돌계단, 바위, 철계단, 흙길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저는 이제 무조건 가장 짧은 선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등산로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미끄럽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져진 흙길을 활용합니다.
다만 흙길이라고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비에 젖은 흙이나 낙엽이 두껍게 쌓인 경사면은 오히려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노면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5. 피로가 쌓일수록 더 천천히 내려옵니다
제가 과거에 가장 많이 했던 실수입니다.
산행 후반이 되면 빨리 차에 가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폭이 커지고 발을 대충 내려놓게 됩니다.
하지만 장거리 산행에서는 바로 그때부터 하체의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지금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체력이 떨어질수록 하산 속도를 더 낮춥니다.
바위나 계단에서 다음 발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잠시 멈췄다가 움직입니다.
산 정상까지 올라간 것으로 산행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등산 후 사타구니나 고관절 통증이 계속된다면
등산을 많이 한 뒤 근육이 뻐근한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특정 부위의 불편함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준다면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서 오래 방치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제가 특히 무시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변화였습니다.
사타구니 깊은 곳에서 반복되는 통증
스트레칭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걸리는 느낌
다리를 벌릴 때 불편함
걷는 자세가 달라질 정도의 통증
충분히 쉬어도 반복되는 증상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검사를 받았다면 긴 공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산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은 ‘무사 귀가’입니다
예전의 저는 산행 실력을 거리와 정상으로 판단했습니다.
얼마나 긴 코스를 걸었는지, 얼마나 빨리 내려왔는지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20km 산길을 걷던 사람이 어느 날 평지 200m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경험을 한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내 몸을 망가뜨리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산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은 다음 주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다친 관절과 근육은 회복하는 데 몇 달, 때로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올라갈 때 체력을 남기고, 내려올 때 자존심을 버린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다시 산에 올 수 있는 몸으로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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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필자의 실제 산행 부상과 회복 경험을 기록한 개인적인 체험 글입니다. 같은 부위의 통증이라도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통증은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