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힘든 이유는 체력 때문만이 아니다|초보자를 위한 등산 페이스 조절 7가지


평지에서는 몇 시간씩 잘 걷는데 이상하게 산에만 가면 금방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체력이 너무 약한가?”

물론 기본 체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등산이 힘든 이유를 단순히 체력 부족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등산은 평지 걷기와 달리 경사도와 지형이 계속 변합니다. 완만한 흙길을 걷다가 갑자기 긴 계단을 만나기도 하고, 급경사나 바위 구간에서는 다리뿐 아니라 상체까지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때문에 같은 1km를 걸어도 평지 1km와 산길 1km는 몸이 느끼는 운동 강도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등산 초보자라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보다 자신의 체력을 얼마나 잘 나누어 쓰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산을 다니면서 느낀 것도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산에서는 체력 자체보다 페이스 조절을 못해서 먼저 지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1. 등산은 왜 평지 걷기보다 훨씬 힘들까?

평지를 일정한 속도로 걸으면 운동 강도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산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완만한 길을 걷다가 계단이 나오고, 다시 급경사가 이어지고, 능선에서는 잠시 편해졌다가 또다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즉 산에서는 운동 강도가 계속 변합니다.

2024 Compendium of Physical Activities에 제시된 활동 강도 자료에서도 일반적인 산길 걷기와 경사가 있는 오르막 걷기는 서로 다른 운동 강도로 분류됩니다.

경사가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몸이 요구받는 에너지 역시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지에서 걷는 체력이 좋다고 해도 산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긴 계단이나 급경사를 평지에서 걷던 속도로 밀어붙이면 예상보다 빠르게 호흡이 거칠어지고 다리에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2. 등산은 유산소 운동일까, 무산소 운동일까?

등산을 흔히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결합된 운동이라고 표현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산행 전체의 기본은 유산소 운동이지만, 급경사처럼 강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구간에서는 몸에 훨씬 큰 부담이 걸린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완만한 길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호흡으로 오래 걸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긴 계단이나 급경사를 빠르게 올라가면 금세 심박수와 호흡이 올라갑니다.

문제는 여기서 욕심을 부릴 때입니다.

숨이 이미 턱까지 차올랐는데 앞사람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 이후 구간에서 회복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은 항상 빠르게 걷는 사람이 아닙니다.

강한 구간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편한 구간에서는 다시 회복하면서 전체 산행의 리듬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히려 오래 갑니다.

3. 초보자가 가장 많이 체력을 쓰는 곳은 의외로 산행 초반

산행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체력이 충분합니다.

다리도 가볍고 호흡도 편합니다.

그래서 처음 20~30분 동안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사람을 따라가기도 하고, 일행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보폭을 크게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때 사용한 체력이 뒤에서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산행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끝나는 운동이 아닙니다.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와야 합니다.

따라서 체력을 계산할 때는 정상까지 갈 힘뿐 아니라 하산할 때 사용할 힘까지 남겨두어야 합니다.

저도 장거리 산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초반 페이스입니다.

출발해서 몸이 좋다고 느껴질 때 오히려 조금 천천히 갑니다.

초반 30분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간다고 해서 산행 전체가 크게 늦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초반에 체력을 너무 많이 써버리면 후반 한 시간이 굉장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4. 장비 없이도 가능한 ‘대화 테스트’

스마트워치나 심박계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심박수를 보면서 현재 운동 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일반적인 참고 기준으로 최대심박수의 약 50~70%를 중강도, 약 70~85%를 고강도 영역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대심박수와 적정 운동강도에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숫자는 어디까지나 참고값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장비가 없어도 현재 페이스를 간단하게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대화 테스트(Talk Test)입니다.

CDC가 설명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중강도 활동 중에는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하기는 어렵고, 고강도에서는 몇 단어를 말한 뒤 숨을 쉬어야 할 정도로 호흡이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산에서도 이것을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등산 중 스스로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지금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한 문장을 말할 수 있는가?”

말 몇 마디를 할 때마다 숨을 크게 몰아쉬고 있다면 현재 속도가 장시간 유지하기에는 빠른 것은 아닌지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느리게 걸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 어느 정도 힘을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걷는 것입니다.

5. 급경사에서는 속도보다 보폭부터 줄여라

산에서 경사가 급해지면 평지에서 걷던 보폭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앞사람을 따라가려고 큰 보폭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올라가면 다리에 부담이 커지고 호흡도 빠르게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제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속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폭을 줄이는 것입니다.

급경사에서는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올라갑니다.

완만해지면 호흡을 정리합니다.

평지나 능선이 나오면 속도를 갑자기 높이기보다는 다음 오르막을 위해 몸을 회복시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합니다.

산 전체를 하나의 긴 운동으로 보고 힘을 나눠 쓰는 것입니다.

모든 구간을 똑같은 속도로 걸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능선에서는 회복하고,

다시 오르막이 나오면 남은 힘을 사용합니다.

이 리듬을 만들기 시작하면 같은 체력으로도 훨씬 편하게 산을 탈 수 있습니다.

6. 지친 뒤 쉬지 말고, 지치기 전에 쉬어라

제가 오랫동안 산을 다니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원칙 중 하나입니다.

완전히 지친 다음에 쉬는 것보다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잠깐 쉬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처음 가는 산이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코스에서는 앞으로 어떤 지형이 나올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10분만 더 가면 쉼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앞으로 30~40분 동안 계속 오르막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데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계속 버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직 걸을 만할 때 잠깐 멈춥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호흡을 안정시키고,

장비를 한번 정리한 뒤 다시 출발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휴식은 방전된 체력을 다시 살리는 시간이 아니라 체력이 방전되는 것을 막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장거리 산행을 할수록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7. 제가 실제 산행에서 사용하는 페이스 조절법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실제 산행에서 사용하는 기준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출발 직후부터 속도를 내지 않습니다.

몸이 가볍게 느껴질수록 오히려 조금 여유 있게 출발합니다.

둘째, 급경사가 나오면 속도보다 보폭부터 줄입니다.

큰 걸음으로 버티는 것보다 작은 보폭으로 일정한 리듬을 만드는 편을 선호합니다.

셋째, 호흡이 너무 거칠어지면 속도를 한 단계 낮춥니다.

잠깐 빨리 올라가는 것보다 일정한 페이스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완만한 구간에서는 무조건 속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저는 이 구간을 다음 오르막을 위한 회복 구간으로 활용합니다.

다섯째, 완전히 지치기 전에 짧게 쉽니다.

몸이 이미 방전된 뒤 긴 휴식을 하는 것보다 상태가 괜찮을 때 짧게 쉬는 편이 전체 산행에서는 효율적이었습니다.

여섯째, 정상까지 갈 힘만 계산하지 않습니다.

정상은 산행의 끝이 아닙니다.

특히 돌길이나 긴 계단 하산에서는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하산에 사용할 힘까지 남겨놓습니다.

결국 등산 체력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 힘을 얼마나 오래 나눠 쓸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등산을 편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페이스입니다

등산이 힘들다고 해서 반드시 체력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산에서는 경사가 계속 바뀌고 그때마다 몸이 받는 운동 강도도 달라집니다.

특히 급경사와 계단에서는 평지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호흡과 다리에 부담이 빠르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산행에서 가장 먼저 바꿔볼 것은 훈련량이 아니라 출발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남보다 조금 늦게 올라가도 상관없습니다.

앞사람을 무조건 따라갈 필요도 없습니다.

산에서는 먼저 정상에 도착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는 사람이 훨씬 편하게 산행합니다.

초반에는 조금 여유 있게,

급경사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완만한 구간에서는 회복하고,

완전히 지치기 전에 잠깐 쉬어가십시오.

이 차이를 알고 산을 타면 같은 체력으로도 산행이 훨씬 편해질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2024 Compendium of Physical Activities — 걷기·하이킹 활동별 운동강도(MET) 자료

  • American Heart Association — Target Heart Rates 및 운동강도 안내

  •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 — 신체활동 강도와 Talk Test 안내

※ 본문에 소개한 운동강도와 심박수 범위는 일반적인 참고 기준이며 개인의 연령, 체력,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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