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수면 위, 패잔병이 되어 돌아온 공포의 릴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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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남부러울 것 없는 무적의 상태였습니다. 우리 소유의 보트가 있었고, 장비도 완벽했으며, 무엇보다 우리가 둥지를 튼 곳은 일반 영업장의 방해를 받지 않는 최고의 요람이었습니다. 강폭이 엄청나게 넓은, 사실상 우리나라 내수면 중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강줄기였죠.
환경도 깨끗하고 다른 배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타이밍만 잘 맞추면 말 그대로 수면에 내 얼굴이 비치는 '거울(Mirror)' 상태의 최상급 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스키어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 다름없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이렇게 배와 장비가 있고 장소가 쾌적하다 보니, 우리 일행들은 종종 '스키 릴레이 투어'를 떠나곤 했습니다. 보트 한 대에 스키어 3~4명이 각자 장비를 다 싣고 타서, 릴레이로 돌아가면서 스키를 타고 광활한 강줄기를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낭만 가득한 장거리 투어였습니다.
1. 초짜 스키어, 고수들의 릴레이 투어에 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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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같은 수면 |
그날은 강가에 나보다 한참 앞서나가는 스키 선배들, 즉 장거리 투어를 밥 먹듯 나가는 쟁쟁한 실력자들과 누님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고수들의 짜릿한 릴레이 투어에 고맙게도 막내이자 초보인 저를 끼워주며 함께 배에 타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탈 테니, 가장 초보인 저더러 기분 좋게 첫 타자로 물에 들어가서 스타트를 끊으라고 배려해 준 것이었습니다.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챙겨 차가운 물속으로 쓱 뛰어들었습니다. 보트 위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갤러리로 앉아 저를 지켜보고 있었죠.
2.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연속된 실패와 심적 압박감 😰
그런데 물속에 뜨고 나니 갑자기 사방에서 보이지 않는 엄청난 압박감이 저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내 배를 끌어주던 익숙한 친구가 아니라, 오늘은 다른 선배가 드라이버로 보트 운전석 휠을 잡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배 위에는 평소에 잘 모르는 낯선 고수 갤러리들까지 눈을 반짝이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죠.
그 부담감이 어깨를 묵직하게 누르자, 잘되던 몸이 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가실게요~!" "네, 감사합니다!"
드라이버의 신호에 깍듯하게 외치며 보트 엔진이 힘차게 돌고 로프가 팽팽해지는 순간, 물을 부드럽게 안고 일어서야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억지로 버티다가 '팅~!' 하고 핸들을 사정없이 놓쳐버렸습니다. 첫 번째 스타트 실패였습니다. 보트는 크게 호를 그리며 붕~ 소리를 내고 다시 제 앞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배 위에 선배들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져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다시 줄을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한번 말리기 시작한 멘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시도 역시 보트가 튀어 나가는 순간 또다시 물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팅~!' 하며 물속에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세번째 시도 ~헉 않된다 이거
3. 미안함과 쪽팔림의 교차, 패잔병이 되어 돌아온 배 위의 분위기 🤫
세 번 연속으로 스타트에 실패하자,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체력이 다해서 힘들어 포기한 게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 넓고 잔잔한 최고의 거울 물을 눈앞에 두고, 나 하나 때문에 저 앞에 있는 쟁쟁한 스키어 선배들이 이 좋은 물에서 릴레이 투어를 출발조차 못 하고 강 한가운데 발이 묶여버린 상황이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나 하나 때문에 이 아까운 황금 같은 물과 시간을 다 날리게 생겼으니, 선배들에게 미안한 마음 반, 스스로에게 쪽팔린 마음 반이 뒤섞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도 초보인 저를 물에 그냥 버려두고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뜰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참으로 어색하고 곤란한 기류가 강물 위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더는 민폐를 끼칠 수 없어, 저는 생기 잃은 눈으로 물 위에 둥둥 떠서 보트 쪽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저... 그냥 배에 탈게요. 먼저들 타세요..."
물속에서 무거운 나무 스키를 질질 끌고 보트 위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는데, 진짜 세상 그렇게 쪽팔리고 비참할 수가 없었습니다. 배 위에 타서 장비를 정리하는 그 짧은 순간, 보트 안의 공기는 그야말로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퇴각하는 '패잔병'의 막사 분위기 딱 그것이었습니다.
선배들은 무안해할까 봐 애써 다른곳을 보거나 딴청을 피웠고, 저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젖은 몸을 덜덜 떨며 앉아있었습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물을 찢고 날아가고 싶었는데, 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던 그 야속했던 초보 시절의 짧고도 쓰라린 잔혹사였습니다.
4. 맺음말: 패잔병의 굴욕이 만든 독종의 칼날 💡
지금 생각하면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짧은 해프닝이지만, 그날 배 위에서 느꼈던 그 묵직한 어색함과 쪽팔림은 한동안 제 가슴에 깊은 스크래치로 남았습니다. 고수들의 즐거운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자책감과, 폐잔병처럼 웅크리고 돌아와야 했던 그 부끄러움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의 처절한 굴욕은 저를 한 단계 더 강한 독종으로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다시는 저 배 위에서 고개 숙인 패잔병이 되지 않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그다음 주부터 저는 더 이빨을 악물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모든 스키어에게는 이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던 초보 시절의 눈물 젖은 에피소드가 하나씩은 마음속에 훈장처럼 박혀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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