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사투기 2부|대청봉 칼바람과 배낭 두 개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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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설악산 공룡능선의 일반적인 코스 안내가 아니라, 실제 무박 종주에서 겪었던 추위와 무릎 통증, 그리고 일행이 서로의 짐을 나누었던 순간을 기록한 산행기입니다.
1부에서 야간 운전과 과적된 배낭, 헤드랜턴 고장, 에너지바 20개 소진이라는 위기를 겪은 원정대는 가까스로 대청봉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사투는 정상에 도착한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1. 대청봉, 10월의 한겨울 칼바람
어느덧 도착한 대청봉 정상.
하지만 정상에 섰다는 감격도 잠시였습니다. 10월 중순의 설악산 정상은 이미 한겨울처럼 매서웠습니다.
살을 에는 칼바람에 손가락이 빠르게 곱아들었고, 그 흔한 기념사진 한 장 남길 엄두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곁에 있던 선배는 오색을 오르며 에너지바 20개를 모두 소진한 상태였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채 차가운 바람 속에서 영혼이 반쯤 빠진 얼굴로 졸고 있었죠.
저희는 대청봉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채, 추위를 피해 서둘러 중청대피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실전 메모
대청봉처럼 바람이 강한 정상에서는 몸이 식기 전에 방풍 재킷과 장갑을 꺼내 입어야 합니다. 장비를 배낭에 넣어두는 것보다 필요한 순간에 바로 꺼낼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희운각 하산길에서 시작된 무릎의 비명
중청대피소에서 짧게 숨을 고른 뒤 희운각대피소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파른 계단이 시작되자마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오색 입구에서부터 처지는 일행을 챙기기 위해 오르막을 여러 차례 오르내렸고, 제 배낭에는 캔맥주와 치킨, 식수와 장비에 이어 선배의 짐까지 더해져 있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내리막이 시작되자 무릎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차량 안에 무릎 보호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배낭을 뒤져 예비 양말을 꺼낸 뒤 아픈 무릎 주변에 칭칭 감았습니다. 제대로 된 보호대도 아니고 치료도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희운각까지 이어진 긴 내리막길은 절뚝거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실전 메모
하산 중 통증이 시작되면 보호대에만 의존하기보다 보폭과 속도를 줄이고,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우면 코스 변경이나 탈출을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3. 배낭 두 개를 멘 그녀의 투혼
그때 우리 원정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았던 여성 산우가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릎과 체력에 문제가 생긴 남자친구의 대형 배낭을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배낭 위에 그대로 얹어 묶은 것입니다.
배낭 두 개를 짊어진 채 설악산의 험한 돌길을 거침없이 내려가는 모습은 강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이곳에서 주저앉아 일행의 또 다른 짐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릎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희운각을 향해 내려갔습니다.
꾸역꾸역 도착한 희운각대피소.
제 무릎은 이미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만큼 지쳐 있었지만, 우리 원정대는 서로의 고통과 무게를 나누며 공룡능선이라는 거대한 성벽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에필로그: 희운각 앞에서 마주한 갈림길
희운각대피소에서 저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습니다.
천불동계곡으로 빠져 산행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이미 통증이 시작된 무릎을 이끌고 공룡능선으로 들어갈 것인가.
두 달 동안 준비한 목표가 눈앞에 있었지만, 제 무릎은 이미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과연 네오G와 원정대는 희운각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본격적인 공룡능선 내부 사투는 다음 3부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편👉 [설악산 공룡능선 3부] 무릎 통증과 희운각 앞 운명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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