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의 눈치 싸움과 공포의 톨게이트 만남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뜻이 맞는 멤버들과 돈을 모아 마침내 마이 보트(My Boat)를 장만하고 장비까지 완벽하게 구비하자, 주말은 그야말로 스킹의 천국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다가, 토요일 주말만 되면 무조건 그 시골 강가 놀이터로 달렸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신나게 물 위를 가르고 일요일 저녁에 복귀하는 루틴이었죠.
수도권에서 시골 강가까지는 평소라면 2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지만, 주말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입니다. 토요일 낮 12시쯤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길이 사정없이 막혀 오후 3~4시가 넘어서야 겨우 도착하곤 했습니다. 주말에 모이는 일행은 보통 3~4명 정도. 어떻게든 주말 오후에 한 번이라도 더 배를 띄우기 위해 우리는 매주 시간과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1. 가뭄이 만든 대참사, 스키 타기 전 1시간의 지옥 삽질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지독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강물이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하더니 강의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아진 것입니다.
평소처럼 주말에 설레는 마음으로 강가에 도착했는데, 눈앞에 황당한 대참사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항상 강물 위에 둥둥 떠서 우리를 기다려야 할 보트가, 물이 다 빠져나가는 바람에 물가가 아니라 땅(진흙밭)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게 아닙니까!
보트 선체 자체는 그리 안 무겁지만, 뒤에 달린 선외기 엔진 무게가 어마어마합니다. 스키를 타려면 무조건 이 무거운 배를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스키를 타겠다는 일념 하나로, 배 밑에 도르레를 까고 끙끙거리며 진흙에 푹푹빠지며 배를 강으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개고생도 그런 개고생이 없었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1시간 동안 온 힘을 쥐어짜 내서 배를 겨우 물에 띄우고 나면, 스키를 타기도 전에 이미 팔다리에 힘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먼저 도착한 사람은 지옥의 배 내리기 쌩노동을 해야 하고, 늦게 도착한 사람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듯 편하게 스키만 타면 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2. "나 지금 출발해" 이불 속 야매 코치의 거짓말
이 '배 내리기 쌩노동'의 법칙을 가장 먼저 간파한 녀석은 다름 아닌 제 야매 스승이자 친구 녀석이었습니다.
토요일 오전만 되면 어김없이 폰이 울렸습니다. 화면에는 친구 녀석의 이름이 떴죠. "어, 네오야. 언제 내려갈 거냐? 나 이제 막 출발하려는데, 너도 출발하냐?" "어, 나도 지금 채비 다 해서 12시 쯤이니까 바로 출발하려고! 너도 바로 가냐?" "오케이! 그럼 강에서 보자! 출발!"
수화기 너머 친구 녀석의 목소리는 비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엑셀을 밟고 고속도로를 질주할 것 같은 기세였죠. 하지만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 녀석은 징글징글한 배 내리기 노가다를 피하기 위해, 방구석 뜨끈한 이불 속에서 등 따시게 누운 채로 전화를 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먼저 간 놈이 배를 내려놓을 때까지 절대로 출발하지 않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일찍 출발한 제가 독박을 쓰고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배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인간인지라 몇 번 겪다 보니 눈치가 100단으로 단단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자식 이거 이불 속이구나!'
3.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마주친 두 개의 썩소
그다음 주 토요일, 어김없이 오전 11시 반쯤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의 목소리는 여전히 당당했습니다. "야, 나 지금 출발했다! 너 어디쯤이냐?" 이미 녀석의 꼼수를 간파한 저 역시 지지 않고 능청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어! 나도 방금 시동 걸고 출발했어! 곧 고속도로 올라간다!"
당연히 저 역시 집에서 까치집 머리를 하고 소파에 뒹굴거리며 날린 뻥이었습니다. 녀석이 먼저 도착해서 배를 내릴 때까지 시간을 벌 생각으로, 저는 전화를 끊고 정확히 1시간 뒤에 유유히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친구 녀석도 내가 먼저 도착해서 배를 내려놓을 거라 굳게 믿고, 정확히 1시간 뒤에 집에서 출발했겠지요.
그렇게 서로 머리싸움을 하며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였습니다. 저 멀리 우리 놀이터로 향하는 고속도로 마지막 톨게이트가 보였습니다. 통행료를 내기 위해 차선에 차를 대고 창문을 스르륵 내리는데, 바로 옆 차선에 너무나도 익숙한 차 한 대와 익숙한 얼굴 하나가 똭 서 있는 게 아닙니까!
우연도 이런 기막힌 우연이 없었습니다. 서로 1시간씩 뻐기다가 완벽하게 타이밍이 겹쳐 톨게이트 동시 입장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창문 너머로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정적이 흐르고 이내 사기꾼 둘이 서로의 패를 확인한 듯한 헛웃음과 썩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야… 너 지금 출발했다며?" "너야말로 지금 도착해서 배 내리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4. 맺음말: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찐친의 낭만
결국 그날 톨게이트에서 딱 걸린 사기꾼 형제 둘은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군소리 없이 나란히 붙잡고 끙끙대며 배를 내려야 했습니다. 혼자 내릴 땐 지옥 같던 배 내리기가, 둘이서 투덜거리며 내리니 또 그 나름대로 웃음이 터지는 추억이 되더군요.
생각해 보면 주말에 그 무거운 배를 내리는 노동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서로 이불 속에서 숨 막히는 심리전까지 펼쳤을까 싶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하지만 그 얄미운 눈치 싸움 속에서도 결국 1시간이라도 더 물 위에 뜨고 싶어 안달이 났던, 스키에 미쳐있던 그 시절의 우리들이었기에 가능했던 낭만 가득한 촌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마스터 네오지의 다음 단계 비법 가이드
이불 속 눈치 싸움을 이겨내고 새벽을 여는 자만이 진정한 원스키 슬라럼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슬라럼에서 파도를 넘기 전, 이미 지상과 물에 들어가기 직전 90%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완벽한 에지를 세우기 위한 반풀 슬라럼의 절대 공식을 아래 글에서 완벽하게 마스터하십시오.
👉 [[반풀 슬라럼 공식] 원스키 반풀(Half-Pull) 슬라럼; 물에 들어가기 전 90%가 결정됩니다 보러가기]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