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스키 원스타트, 통곡의 벽을 넘어 '겸손'을 배우는 레포츠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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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스키는 프로 선수나 대회를 목적으로 하는 엘리트 스포츠이기 이전에, 주말마다 강바람을 맞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최종적으로 원스키 원핸드 주행까지 즐겁게 타기 위한 최고의 '취미 레포츠'입니다. 하지만 이 즐거운 레포츠의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냉정하게 초보들을 걸러내는 구간이 있습니다. 바로 '원스타트(One-Start)'입니다.
실제로 필드에서 수많은 스키어를 지켜보고 또 직접 가르쳐보면, 100명 중 90명 이상은 이 원스타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수상스키라는 스포츠 자체를 포기합니다. 몸은 힘들고, 시간과 비용은 들어가는데 물속에서 번번이 자빠지다 보면 "나랑은 안 맞나 보다" 하고 등을 돌리는 것이죠. 저 역시 과거에 원스타트를 배울 때 '이번에 이거 못 뜨면 내 인생에 다시는 스키 없다'는 독한 오기로 개고생을 해가며 배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90%의 포기 구간을 뚫어내고 당당히 물 위로 부상한 10%의 스키어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경이로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1. 물 위에서 비로소 주변이 보이기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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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어보는 스키자세입니다. |
처음 스키를 탈 때는 내 몸 하나 가누기 바쁩니다. 물속에서 버티고, 물 먹고, 코에 물 들어가고, 핸들 안 빼앗기려고 악을 쓰느라 주변 풍경은커녕 나를 끄는 배가 어떻게 가는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원스타트의 모든 기술적 단계를 마스터하고 물 위로 부드럽게 떠올라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다 보면 갑자기 주변 시야가 넓어지고 온 세상이 훤히 잘 보이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시야가 트이는 것과 동시에, 스키어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깊은 깨달음과 생각이 스치게 됩니다.
'아, 이 스포츠는 결코 나 혼자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구나.'
내가 투스키 스타트를 못 해서 바보같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목이 터지라 자세를 교정해 주던 강사의 목소리, 투원(Two-One) 주행을 연습하느라 수면 위에서 스키 한쪽을 훌렁 벗어 던졌을 때 그 무거운 스키를 주수러 저 멀리 보트를 몰고 가 묵묵히 건져 올려주던 코치의 수고로움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2. "감사합니다, 고(Go)!"에 담긴 위대한 어원
수상스키는 구조적으로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레포츠입니다. 내가 아무리 세계 최고의 장비를 다 갖추고 엄청난 피지컬을 가졌어도, 내 앞에서 핸들과 연결된 로프를 잡고 배를 끌어줄 드라이버가 없다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운명 공동체 스포츠입니다.
많은 스키어가 출발 전 보트 뒤에서 줄을 팽팽히 당기며 드라이버에게 신호를 보낼 때, 흔히 "준비됐습니다, 고!" 혹은 짧게 "고!"라고 외치곤 합니다. 하지만 과거 선배 스키어들, 그리고 이 스포츠의 본질을 아는 베테랑들은 출발 신호로 반드시 이 말을 외쳤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오!"
나를 위해 핸들을 잡아주고, 내 몸무게와 타이밍을 온전히 체크하며 배의 스로틀을 당겨주는 드라이버와 코치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의 표현입니다. "나를 물 위로 끌어 올려주고 안전하게 태워주어서 감사합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이 이 짧은 출발 신호 한마디에 통째로 녹아있는 것입니다.
3. 기술의 끝에서 마주하는 '겸손의 스포츠'
원스타트를 멋지게 성공하고 물 위를 가르는 스키어들을 보면 짜릿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수상스키는 타면 탈수록,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더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겸손의 스포츠'입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물의 저항과 매 순간 컨디션이 바뀌는 드라이버의 보트 가속력을 내 몸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해야만 비로소 물 위에 허락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내가 이 물을 다 부셔버리겠다", "내 힘으로 배를 이겨먹겠다" 하고 오만을 부리는 순간, 보트는 귀신같이 스키어를 물속으로 처박아 버립니다. 물과 보트 앞에 내 몸을 낮추고 흐름에 맡기는 겸손함이 있어야 비로소 원스키의 진정한 재미와 깊이가 시작됩니다.
💡 나의 철학 요약
100명 중 90명이 포기하는 원스타트라는 거대한 장벽은, 어쩌면 "이 스포츠를 겸손한 마음으로 평생 즐길 자격이 있는가?"를 물어보는 엄격한 물의 시험대일지도 모릅니다.
이 고난을 뚫고 성공하신 스키어 들이라면, 이제 배에 오르고 내릴 때마다 나를 위해 핸들을 잡아준 코치와 드라이버에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건네보십시오. 그 겸손한 마인드가 깃들 때, 당신의 스키 라인은 강물 위에서 그 어떤 프로 선수보다 더욱 아름답고 빛나게 될 것입니다.
💡 마스터 네오지의 다음 단계 비법 가이드
물 위에서 겸손을 배우고 나면, 내가 타던 동네 빠지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저 역시 원스키 좀 탄다고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가 '도장깨기'를 하러 나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신 프로들이 우글거리는 괴물 아카데미에서 기가 팍 죽어 뚝배기가 깨졌던 아찔한 참교육 썰과 프로의 진짜 세계를 아래 글에서 생생하게 들려드립니다.
👉 [[괴물 프로와의 만남] 물 안 개구리, 국가대표 아카데미에서 괴물 프로를 만나다 보러가기]
💡 마스터 네오지의 다음 단계 연대기 가이드
물 위에서 겸손을 배우고 나면, 어느 순간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자욱한 새벽 물안개를 뚫고 마치 구름 위를 날아오르는 듯한 강렬한 새벽의 기억이 있습니다.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정적 속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새벽 활주, 그 짜릿한 비상의 기록을 아래 에피소드에서 이어 가십시오.
👉 [[물안개 속의 기억] 수상스키에 미치게 된 순간: 물안개 속을 날아오른 구름 위의 기억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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